용서의 세 번째 유익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배려를 선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과거의 상처에 묶여 있다 보면 종종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서먹서먹하게 여기고 의심하게 된다. 내가 울화에 차 있기 때문에 정작 고통을 받는 건 나에게 상처 입힌 사람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오늘날 나를 지성으로 돌보아 주는 이들인 경우가 많다.

 빗나간 과거 지사에 마음속 공간을 온통 주어 버린다면, 현재 누리고 있는 행운에 감사할 공간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실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가는 정작 나에게 중요한 배우자나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 제대로 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옛날에 부모가 나에게 매정했던 기억 때문에 내가 울분에 차 있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내 부모인가, 아니면 현재의 내 가족과 친구들인가? 팀이라는 청년은 분노와 한이 부글대는 시끄러운 가정에서 자라났다. 만약 그가 이 유산을 친구와 연인관계까지 질질 끌로 들어온다면, 그 피해는 누가 입겠는가? 다시 말해 팀이 엉망진창이었던 옛날 자기 집 생각으로 화가 나 길길이 뛴다면, 이때 시달리는 사람이 그의 부모이겠는가, 아니면 현재 곁에 있는 그의 아내이겠는가?

 용서를 배우고 나서야 팀은 비로소 자기가 무심하게 대했던 사람들이야말로 사실은 진심으로 자기를 아껴주던 사람들이었음을 깨달았다. 부모를 용서하자 비로소, 화를 냄으로써 자기가 그 동안 지금의 인간관계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끼쳤는지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용서를 통해 팀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포옹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더욱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어떤 것은 용서가 아닐까? 당신이 겪은 일들을 다 ‘괜찮아, 뭐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용서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사람의 무례하고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슬쩍 눈감아 주는 것도 용서가 아니다. 화를 내고 마음 상해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을 당할 때 보일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는 남이 우리의 경계를 침범할 때 안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용서한다고 해서 우리의 인격이 남의 ‘발싸개’가 되는 것까지 감수할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모욕을 받으면서도 괜찮다고 하는 것 역시 용서의 참뜻은 아니다. 용서란 개인적으로 공격받았다는 느낌에서 해방되는 것, 우리를 끊임없는 고통의 순환 속에 가두어 놓는 ‘탓돌리기’로부터 우리 자신을 해방시키겠다는 결심이다. 화와 마음 상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이 두 가지는 포도주와 달라서, 시간이 갈수록 더 향긋하게 익어가지는 않는다.

 용서가 망각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는 것과 용서는 아무 상관 없다. 오히려 그런 나쁜 일이 앞으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알콜중독인 남편 짐과 이혼 한 이후 사라는 한가지 결심을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벌써 술이 과하거나 이전에 알콜중독 현상이 있었던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었다. 짐을 사귀던 초기에 이미 그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징조가 있었는데도 그것을 무시했던 기억 때문에, 이제 사라는 오히려 조심성 있게 남자를 사귀게 되었다.

 그러므로 당신이 용서를 택했다면 스스로를 격려하고 축하하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마음 상한 체험을 희생이 아니라 치유의 관점에서 기억한다. 이제 과거 일에 지나치게 마음 쓸 필요도, 용서했다고 해서 우쭐한 마음이 될 필요됴 없다. 

‘나를 위한 선택 용서 용서- 용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구원하는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