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의미를 우리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 용서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한다. 나에게 상처를 준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용서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를 괴롭힌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이어나가기 위해 그를 용서하는 거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일단 용서하면 그때부터 자기는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게 될까봐 용서를 겁내기도 한다. 화해의 전 단계로서, 기왕의 일을 다 잊어버린다는 의미로 용서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관점 모두 틀린 해석이다.

 용서란 평화의 느낌이다. 자기 마음에 상처를 낸 어떤 일이 하필 자기를 겨냥해서 일어난 일이 아님을 깨달을 때, 지나온 이야기를 하면서 피해자가 아니라 씩씩한 주인공으로 자신을 그려낼 수 있을 때, 그럴 때 우리 마음 안에 들어서는 평화로움이 용서다. 바로 지금, 바로 여기서 경험하는 평화의 느낌, 그것이 다름 아닌 용서다. 과거는 한 조각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현재라면 문제가 다르다. 다시 말해서, 마음은 이미 다쳤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덜 괴로워하겠다는 결심은 당신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상처라는 것이 어차피 인생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그 해결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용서의 의미다. 용서란 다른 그 어느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을 위한 행위다. 상대를 용서하고 다시 관계를 맺든, 용서는 하지만 내게 상처낸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는 않기로 하든, 선택은 온전히 당신 마음에 달려 있다.

‘용서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 때 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용서하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속도는 없다. 누군가를 용서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용서가 나에게 그리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유익하기 때문에 우리는 용서를 택한다. 용서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도울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용서를 통해 우리가 얻는 가장 큰 유익은 바로, 이제 더 이상 과거에 희생되지 않는다고 우리 스스로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약물 중독환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배운다. 이럴 경우 그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부모를 용서하는 동시에 안전한 새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일단 부모를 용서해야 평정심을 되찾게 되고, 그런 다음에야 자신 있게 “우리 부모가 내게 가르쳐 주었던 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상태가 되어야 우리는 비로소 앞날을 생각하며 이것저것 좋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용서는 새로운 장의 시작일 뿐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자기가 당한 부당한 일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용서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엔 용서를 통해 자신의 인격을 살찌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그 누구도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어서는 안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과거의 아픈 기억을 해소할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용서는 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감옥 문의 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 준다. 용서하고 나면 두려워할 일이 적어진다.

 용서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두 번째 이익은 이 체험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실천해 보인 용서의 실례가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게 될지는 예측을 불허한다. 당신이 실제로 이겨낸 과정을 이야기해 주면 실로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힘을 얻게 된다.

‘나를 위한 선택 용서 용서- 용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구원하는가?’중에서